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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조각들 – 감정을 적시는 눈물, 그 깊이에 대하여

by wiseseniornomad 2025. 5. 11.

흑백 연필 스케치로 표현된 눈물을 흘리는 노년 여성의 초상 이미지

 

 

눈물이 흐릅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기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슬픈 것도 아닌데, 문득 마음이 조용히 흔들리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 내 감정의 조용한 울림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마다의 이유로 눈물을 흘립니다.


눈물은 단순한 감정의 반응을 넘어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깨닫게 해주는 하나의 ‘표현’입니다.

우리는 눈물을 보통 슬픔의 상징으로만 여기지만, 눈물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습니다. 어떤 눈물은 기쁨에서, 어떤 것은 분노에서, 또 어떤 것은 오랜 세월 눌러두었던 감정의 해방으로부터 나옵니다.


1. 눈물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눈물은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먼저 기초 눈물은 평소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이물질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반사 눈물은 양파를 썰거나 바람이 세게 불 때처럼 외부 자극에 의해 생기는 눈물이고요.
그런데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 바로 감정의 눈물입니다.

이 감정의 눈물은 단순히 눈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시작됩니다.
슬픔, 그리움, 억울함, 기쁨, 안도, 감동… 수많은 마음의 파동들이 하나의 출구를 찾아 밖으로 흘러나온 것이죠.


2. 기쁨과 감동, 그리고 분노의 눈물 – 그 속에 담긴 마음의 이야기

우리는 평생 수많은 순간을 살아갑니다.
그중 어떤 날은 뜻밖의 기쁨이 찾아오고, 어떤 날은 말할 수 없는 억울함이 목까지 차오릅니다.
그럴 때, 마음은 먼저 눈물부터 꺼내듭니다.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눈물은 언제나 진심에 가까운 언어입니다.

기쁨의 눈물은 격정적인 감정의 폭발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 참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눈물입니다.
평생 학비를 대느라 고생했던 부모가 아들의 졸업식장에서 처음 흘리는 눈물,
간절히 원했던 일이 마침내 이뤄졌을 때,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
그건 단순히 '기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안도와 감격, 감사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순간입니다.

감동의 눈물은 꼭 대단한 사건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살고 계신 이웃 할머니의 생일에, 초인종 소리와 함께 케이크를 들고 찾아온 아이들.
그 순간,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마음에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작지만 따뜻한 손길 하나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릴 때, 우리는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분노의 눈물은 가장 말이 없는 눈물입니다.
무력감과 억울함이 겹쳐진 순간, 말할 수도 없고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때
울지 않으려 이를 악물어도, 어느 순간 눈가가 젖기 시작합니다.
평생 참아온 사람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일수록,
그 눈물에는 ‘왜 나만 이래야 하지?’라는 오래된 질문이 녹아 있습니다.

눈물은 그래서, 감정을 말로 꺼내지 못할 때 대신 전해주는 편지 같은 것입니다.
울고 나서 무언가 풀린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그 눈물 속에 꾹 눌러 담긴 감정들이 드디어 자리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주, 참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감정을 꼭 참는다고 해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을 눈물로 흘려보내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더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3. 눈물은 정화의 도구입니다

심리학자들은 ‘감정 눈물’ 속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눈물을 흘리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은 적 많으시지요?

그건 마음에 쌓였던 찌꺼기들이 눈물이라는 통로를 통해 흘러나갔기 때문입니다.
눈물은 상처를 덜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외면이 아닌, 정면으로 감정을 마주한 용기이기도 합니다.


4.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지는 이유 - 인생이 마음을 물들일 때

젊은 시절엔 참 눈물이 없었습니다.
어지간히 힘들어도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며 버텼고,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에도 눈시울 한번 붉힌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만 움직여도 눈물이 먼저 차오릅니다.
길거리에서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를 볼 때, 텔레비전에서 누군가 가족을 만나 울음을 터뜨릴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먹먹함이 올라옵니다.

왜일까요. 왜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잘 울게 되는 걸까요?

그건 아마, 인생이 우리 마음을 천천히 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을 지나왔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슬픔, 그리움으로 눌러놓았던 시간들,
무심코 넘겼지만 사실은 오래 남아 있던 마음들이,
나이가 들며 하나둘씩 위로받고 싶다고 말을 건넵니다.

어릴 땐 세상이 나를 향해 열려 있다고 믿었고,
청년기엔 세상 앞에서 강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압니다.
사람은 강해지기만 해선 살 수 없다는 걸.
때로는 약해져도 괜찮고, 흔들려도 괜찮고, 눈물을 흘려도 괜찮다는 걸.

또 하나,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많은 이별과 작별을 경험합니다.
떠나간 사람들, 끝나버린 시간들,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
그 모든 것이 마음에 켜켜이 쌓이다 보면, 눈물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기억의 일부가 됩니다.
기억은 언젠가 흐려지지만, 눈물은 그 순간의 온기를 다시 떠올리게 해 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심코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창밖의 꽃잎, 손에 닿는 바람…
그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질 때, 우리는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눈물은 나약함이 아니라, 인생을 품은 마음의 이야기입니다.
많이 울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깊이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러니 나이 들며 많아진 눈물이 있다면,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건 살아 있는 마음이 지금도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최근에 '폭싹 속았수다' 보고 엄청 울었습니다.)


5. 눈물, 그것은 나를 위한 언어

어느 한순간,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며 서 있습니다.

그 눈물은 어떤 이유도 없이, 또 누구를 향하지도 않고, 무언가에 대고 억울하다고 소리치지도 않습니다.

너무나 조용히, 묵혀두었던 오랜 마음이 스스로를 쓰다듬고 보듬어 주듯이 흘러나온 것이었습니다.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감춰왔습니다. 표현하지 못했던 거지요.
슬퍼도 참아야 했고, 아파도 웃어야 했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디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에도 말 걸어주는 이가 사라졌습니다.

그럴 때 눈물이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괜찮아, 이제 울어도 돼. 그동안 참느라 고생했어.”

 

아무도 나를 위로하지 않을 때, 눈물이 나의 편이 되어줍니다.
그건 누가 봐주기를 바라는 그런 눈물이 아닙니다.
내가 나를 알아주는 순간에 흘러나오는 가장 진실한 마음의 건넴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는 때로, 말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조언도, 잘 되길 바란다는 격려도 아닙니다.
그저 ‘나’를 이해해 주는 한 방울의 눈물.
그것이 가장 오래 남고, 가장 깊이 닿습니다.

눈문을 자세히 보면 내가 보입니다.